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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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부터 2000년까지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았다.    
오늘의 교회는 인간의 보편적 구원을 위한 교회의 사명을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자각에 입각하여 오늘의 교회는 개인의 영혼 구원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구원을 위한 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교회의 사명 가운데 하나로 여기게 되었다. 교회의 본질이 계명이 아닌 사랑에 있음을 거듭 천명하였다. 또한 오늘의 교회에서는 서구 문화와 그리스도교 신앙이 일치한다는 가설이 허구임을 알게 되었고, 복음과 문화를 구별하여 서구적 가치뿐만 아니라 민족적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교회사의 서술 범위를 새롭게 규정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를 이해하게 되었고, 복음과 문화의 분리를 체험하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민족의 보편적 구원과 민족 문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교회사를 서술해야 하는 책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거 교회가 걸어온 길을 올바로 이해함으로써 오늘의 우리 교회가 처해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으며, 인류 구원의 공동체인 교회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 준 모범을 확인하여 따름으로써 현재와 미래 교회의 발전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한국사와 한국 교회사의 주역으로 우리 자신을 키워 갈 수 있다. 그런데 교회의 전통을 올바로 밝히려면 교회사적 사건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교회는 민족 공동체 안에서 활동해 왔고, 교회와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 아래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 양자 간의 관계를 밝히는 일은 복음의 씨앗이 떨어진 토양과 기후 조건을 살펴서 복음의 싹과 열매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이해하는 일이 된다.

그러나 교회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교회는 자신의 신조와 논리를 가지고 있고, 교회사는 그 신앙에 대한 고백과 논리의 전개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사적 사건도 당연히 인과론적 시각에서 밝혀야 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전제로 교회가 세워진 과정과 교계 제도의 문제, 신자들의 신앙과 생활, 그리고 신앙의 특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교회와 사회 또는 국가, 교회와 민족의 관계도 함께 규명하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이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순교자와 증거자로 충만한 교회상을 확인하며, 또한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시도할 수 있다. 보편적 진리의 민족적 구현 과정에서 맞닥뜨린 여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간의 구원이라는 보편적 명제와 관련하여 이 땅에서 전개된 구체적 노력의 실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 신앙의 민족화 과정을 밝히고, 그리스도교 신앙이 민족 문화의 한 부분으로 확연히 자리 잡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교회사를 전망하면서 그 주역으로서 사명을 확인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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